부르고스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레온으로 가는데 잠시만 제니와 함께하기로 했다. 이게 어떻게 된 얘기냐면 떠나기 전날 제니가 나한테 어디로 가냐고 물어봐서 레온으로 간다고 하니까 잘됐다며 어차피 부르고스와 레온은 산티아고 길에 위치한 도시고 가는길 역시 산티아고 순례길과 겹치니 자기도 레온까지는 아니지만 동행하자고 딜한것. 나야 좋지! 혼자서 심심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만난 여행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히치하이킹을 시도할때 여자가 껴 있으면 더 쉽게 차를 얻어탈 수 있다고 하던데 뭐 믿거나 말거나 그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으니.. 마침 에스파냐 히치하이킹 vㅔ리 어려운데 잘됐다. 뭐 그래서 같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차를 얻어탔다. 역시나 역시인가..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두번째 시도하는데 시도하고 말고 자시고 차가 안다니더라. 순례길 근처라서 그런가 순례자들만 보이고.. 그래서 기다리기도 뭐하고 제니의 목적지까지만 순례길을 걷기로 했다. 사실 에스파냐에 입성하면 나 역시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어볼까 생각했지만 지금 내 가방의 무게로 한달동안 걷다가는 진짜로 죽을지도 몰라서 접었는데 이런식으로 순례길의 일부를 걸어보네. 근데 걸어보니 역시나 접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제니의 목적지에 도착해서 제니와는 아쉽지만 헤어지고 나는 다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기 위해 순례길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향했다. 근데 여기는 고속도로도 차가 거의 안다님. 순례길 근처라서 그런가..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기다리는데 도저히 가망이 없어보여 오랜만에 고속도로를 걸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의 경험으로 보아 분명히 경찰이 와서 나를 추궁한후 휴게소까지 태워주겠지 생각하며 걷고있는데 역시나 역시네. 근데 에스파뇨르들 러시안 맞먹게 돈스픽영어라 내가 바디랭귀지로 힘들게 설명했는데 얘네들은 내가 산티아고 길을 걷는 순례자인 줄 알고 근처 순례길에 나를 내려주고 떠나버리더라. 아 썅.. 그래서 일단 또 걸었음.

내가 순례자 간지로 계속 걷고있는데 아 진짜 여기 왜 차가 안다님? 차도를 왜 만든거야? 도대체 왜?! 정확히 딱 여섯대 지나갔는데 그마저도 그냥 지나갔음. 결국 해지고 어둠 속을 걷고있는데 내가 퍽덥되서 이제 더이상은 못가 여기서 죽나보다라고 느낄때쯤 저멀리 한줄기 빛이 보이사 마지막 힘을 짜내어 가보니 주유소가 나타났다. 뭐야 집이면 재워달라고 살려달라고 부탁해볼 생각이었는데.. 차가 없는데 주유소는 있어 뭐하나 생각했지만 그래도 일단 어두운곳보다 밝은곳에서 기다려보자 해서 거의 반실신상태로 기다렸다. 그리고 몇시간뒤 이 도로에서 정말 보기힘든 광경을 목격했는데 차가 연속으로 세대씩이나 주유소에 들어오더라. 진짜 장관이었음.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는데 세대의 차 주인은 순서대로 각각 할아버지, 아줌마, 청년. 애원의 표정을 지으며 눈빛교환을 한번씩 했는데 할아버지와 청년은 개무시하고 가버리고 아줌마께서 날 거둬주시니.. 꺄올~ 차로 2시간 거리를 13시간만에 도착했네. 남들이 봤을때는 그냥 스페인 아줌마겠지만 내게는 김태희요 이민정이자 아이유이니라. 너무나 감사합니다!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무차그라시아스!

Posted by YONGMA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