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라탔다! 시베리아 지옥행 열차! 원래 계획은 블라디보스톡에서 논스톱으로 일주일동안 모스크바까지 가는거였는데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러시아에 와서 바이칼호수를 안보고 지나쳐가기에는 뭔가 아닌거같아 이르쿠츠크행을 끊었다.
Day1.
멍청한 매표소 러시안 덕문에 14시간 30분 멍때린 후 새벽기차 타고 기절했는데 누군가 뛰어다니는 소란스러움에 일어나보니 꼬마가 총을 겨누고 있더라. 뭐야 이 꼬마는..


열차는 중간중간 역에서 정차하는데 현지인들이 먹을거리들을 들고 나와서 파는 것이 구경거리, 그리고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피난민간지를 이루는것이 또 구경거리, 열차 바깥풍경이 또 구경거리. 재밌는데요 지옥행열차!


내가 탄 열차칸은 제일 저렴한 6인실 쁠라쯔까르뜨. 좁은공간을 같이 사용할 파트너들은 시니컬 아가씨 카이챠,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맘따뜻한 아저씨 부왓, 그리고 무뚝뚝 할아범 세르게이. 여행자인 나를 모두 관심있어 했는데 내나이를 듣더니 다들 깜짝놀라더라. 내가 완전 20살 어린이인줄 알았다고.. 아 이거 글로벌동안임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음. 카이챠는 22살인데 미안해 나보다 좀 누나인줄 알았어 많이. 세르게이 할아범이 나보고 술, 담배하냐고 물어보셔서 안한다고 그랬더니 그래서 어려보인다고 결론을 탕탕탕 내리셨다. 동안이고 싶으시면 술, 담배 멀리 하시길. 저녁먹을 시간에 내가 먹을거 없다고 하니까 카이챠랑 부왓이 먹을거 나눠주고 막 그랬다. 고마워요 이 은혜 잊지 않을께요 스빠씨바.


Day 2.
부왓 아저씨가 주신 스니커즈 반쪽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며 지옥행 열차에서의 두번째날 시작. 러시안들은 달고, 짜고, 느끼한 유제품을 좋아한다. 벌써부터 텁텁하네 턱주가리. 아 지옥행 시작인가요..


두번째날 열차에 올라타신 우즈베키스탄 카산 아저씨와 친해졌다. 이 아저씨 너무 착하심. 나만한 아들이 있다고 하시던데 그래서 잘해주시고 친한척 하고 그러신듯.

중간에 열차가 멈춰서서 사람들이 다들 어딘가로 달려가는데 따라가 봤더니 역에 있는 매점. 공산품간지 유제품들 엄청 팔림. 아 보기만 해도 턱주가리 텁텁하네..

이제 열차에 완전 적응했다. 멍때리고.. 멍때리고.. 또 멍때리고.. 계속 멍멍멍.. 턱주가리는 계속 텁텁하고.. 제대로 씻지는 못하고.. 자기성찰의 시간도 가지고.. 완전 내스타일인데요 시베리아 지옥행열차! 모스크바까지 논스톱으로 일주일동안 타고 갈 생각을 한 내가 미친놈이었네..


Day 3.
내가 탄 열차칸은 러시안보다는 우즈벡과 키르기스스탄들이 많이 탔는데 이 사람들 엄청 정많고 따뜻하고 재밌고 개구쟁이들이다. 애큰게 어른이라는 말은 이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듯. 완전 친해졌는데 마지막날에 급작스럽게 친해져서 좀 아쉽네요. 러시아 와서 러시안들 불친절함에 열받고 우즈벡, 키르기스스탄들에 감동받는 이 불편한 진실.. 이거시 러시아! 고마워요! 아크람, 아와스, 나드르존, 후르갓, 무라례, 바리존, 자파르존, 샤리프, 페루자, 자몬, 딜숏, 바르홋, 카산.. 잊지 못할거예요! 그리고 카이챠, 부왓, 세르게이도.. 모두 안녕..  스바씨바 발쇼예 비리기쩨쓰! 이르쿠츠크 도착.


Posted by YONGMA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