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야생 비박 캠핑

2010. 10. 19. 06:34 from 2010/10

진정한 캠핑의 계절인 가을이 왔는데 동네 친구들과의 캠핑은 계속 나가리나고 내가 시름시름 앓다가 안되겠다 싶어 학교 친구동생들과 합심하여 캠핑을 갔다. 이번 캠핑의 테마는 아무계획없이 산기슭 깊은 곳으로 들어가 무장공비 간지로 쌩야생 비박하기. 주말에 한파가 들이닥칠거라는 예보에 좀 쫄았지만 에라 모르겠다 동네친구 찬익이한테 군용침낭도 협찬받고 따뜻하게 입을 옷때기들도 한가득 베낭에 짊어지고 가평으로 출발! 가평에 도착해서 3일동안 베이스캠프가 되어줄 스팟을 디깅하기 시작했다. 계속 돌아다니다가 하천을 끼고 있는 산을 발견했고 우리는 여기다! 하면서 산 위쪽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들어가 짐을 풀고 진지 구축에 들어갔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해줄 진지 구축을 다하고나니 어느덧 해는 지고 어둠이 깔려 있는데 좀 으스스하더라. 하지만 그런 기분도 배고픔앞에서는 무용지물. 우리는 바로 캠프파이어에 불을 붙이고 준비해온 고기와 라면과 감자와 술로 배를 배불리 채운후 각자 자신의 진지로 들어갔다. 첫날밤은 그렇게 꿈나라로..
다음날 아침 추위에 잠을깬 우리는 몸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국물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럴땐 역시 라면이지!
아침라면으로 몸도 녹이고 배도 채우고 아무튼 일석이조의 효과를 만끽하며 여유롭게 모닝커피 한잔. 아 이거시 인생. 그건 그렇고 다들 자는데 입이 돌아가려고 하는것을 느꼈는지 각자 떨어져서 자지 말고 다같이 샴쌍둥이마냥 붙어서 자자는 얘기가 나와 우리는 새로운 진지구축에 들어갔다.
공돌이 간지로 진지구축을 다 마치고 나니 너무 열심히 일해서 그런가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해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다가왔더라. 점심은 도영이가 집에서 가져온 훈제오리고기를 먹기로 하고 불을 지폈다. 고기가 익을동안 각자의 방식대로 릴렉스 타임. 고기가 다 익은후 우리는 영천교 거지마냥 순식간에 다 먹어치우고 다시 릴렉스를 취했는데 도영이가 어망을 만들기 시작하더니 하천에 낚시를 가자고 하더라. 낚시 얘기 왜 안나오나 했다. 낮잠 자기는 글렀네 글렀어.
하천에 내려오자 다들 어디선가 칼을 하나씩 꺼내더니 낚시대를 만들고 작살을 만들고 어망을 만들고.. 이거 뭐 원시부족이 따로 없네. 후발대로 오기로한 문기도 마침 도착을 했는데 오자마자 바로 작살을 만들어서 뻘짓하더라. 뭐 아무튼 우리는 저녁메뉴는 매운탕이다! 소리치면서 물고기 사냥을 했지만 결과는.. 아 역시 낚시는 어렵다. 막내 충희는 형들이 한심했는지 비웃으면서 어차피 못잡을줄 알았다며 쿨하게 냇물아 퍼져라 돌맹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옆에 어떤 아저씨는 우리가 옆에서 돌맹이를 던질때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누워계시던데 낚시가 잘 안되서 술드시고 꿈나라로 가신건지 뭐 아무튼 역시 낚시는 어렵다.
에이 안되겠다 매운탕이고 나발이고 뭐고 그냥 아무거나 쳐먹자 하면서 낚시를 때려치우고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생치킨한마리와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인스턴트 매운탕을 사가지고 왔다. 뭐 그랬다고.. 베이스캠프에 돌아와서 잘때 어떻게 바람을 막을지 상의하면서 노가리 릴렉스 타임.
낚시한다고 체력을 소모한 우리는 바로 불을 지피고 치킨꼬치를 불위에 올려놓았다. 치킨이 익을동안 우리는 식빵과 소시지를 꼬챙이에 꽂아서 직화구이 해먹고 노가리 까고 하는데 아 치킨이 존내 안익어.. 점점 다들 말이 없어지더니 멍때리고.. 한두명씩 졸기 시작하고.. 하지만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치킨이 다 익어 한입 베어 먹었는데 감동이 쓰나미 간지로 밀려와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이거시 인생. 근데 인스턴트 매운탕이 더 맛있었음. 역시 인스턴트 세대임 우리는.
저녁을 배터지게 먹은 우리는 소화도 시키고 운동도 할겸 산을 내려와 산책을 나갔다. 산책을 하는도중 도영이가 갑자기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더니 하천으로 내려갔다. 뭔일인가 했더니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어망을 설치하고 왔다고 하더라. 하지만 역시나..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산책을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우리는 마지막 캠프파이어에 불을 지피고 캠핑의 또 다른 묘미인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 으스스해라. 내가 무서워가지고 오줌도 못싸고 잠자리에 들어서 밤새 참는다고 방광이 터지는줄 알았다는..
마지막날 아침 역시 추위가 우리들을 깨웠다. 우리들은 아무말 없이 일어나 역시 라면을 먹고 각자의 짐을 빠르고 간결하게 싸서 베이스캠프를 떠나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정신없이 차에서 졸며 우리의 영혼을 더럽히는 서울 도심으로 돌아왔다. 서울에 들어오니 숨이 탁 막히는게 내가 벌써부터 또 캠핑가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는데 이거 어떻게하지.. 아 역시 캠핑이지!!

Posted by YONGMA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