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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09 [INTO THE EUROPE] Hitchhiking vol.61, 쉥겐 벌금 250유로 13

Joze 아저씨 집을 떠나 크로아티아로 향하는 길에 다시 올랐다.

역시 히치하이커들에게 천국인 나라답게 금방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보더에 도착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크로아티아는 유럽유니온이 아니라서 국경을 넘어갈때 검문을 받아야된다. 줄지어 서 있는 차들 뒤에 서서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존나 떨리네. 내 여행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봐 오신 분들이라면 아실테지만 내가 국경 검문소에서마다 안 좋았던 추억이 있다(포스트보기, 포스트보기). 오늘은 어떻게 될라나. 그 아성을 이어갈라나 아니면 그냥 넘어갈라나.. 내 차례가 왔다.

 

"여권 보여줘."

"그래.. 여기.."

"......"

"......"

"유럽에 1년 넘게 있었네?"

"어.."

"쉥겐조약 알아?"

"어.."

"그래? 그럼 잘 알고 있겠네? 조약 어긴거?"

"한국과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양자 협약국이야.. 그래서 쉥겐이전에 그걸 먼저 중시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인데.. 확인해봐."

"그런건 없어.. 넌 조약을 어겼어."

"있어.. 확인해 보라니까? 너네 슬로베니아도.. (잠깐.. 슬로베니아는.. 양자 협약국이 아닌가? 아 띠바.. 아니면 X되는데..)"

"슬로베니아 뭐?"

"아 그게.. 양자 협약이라고 쉥겐 이전에 한국과의 체결된 조약을 우선시하는 뭐 그런건데.."

"우린 그런거 없어."

"...... (아.. X 됐다..)"

"배낭 들고 따라와."

국경 검문소 옆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다. 어떡하지.. 일단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생각을 해보자 이러면서 앉아있는데 경찰들이 와서 추궁을 시작했다. 이름뭐냐, 생일언제냐, 유럽 왜 뭐하러 왔냐, 언제 돌아갈거냐 등등 원투펀치 잽을 날리다가 마지막 어퍼컷. 벌금 250유로. 아 띠바..

 

"250유로 내면 크로아티아로 넘어갈 수 있어."

"나 돈 없는데.."

"뭐? 그럼 어떻게 여행해? 그것도 1년씩이나? 가능해?"

"그래, 가능해.."

"어떻게?"

"그게.. 내 경험상으로는 히치하이킹과 카우치 서핑을 통해서 가능하더라고.."

"카우치 뭐?

"카우치 서핑.."

"그건 뭐야?"

"현지인 집에 머무를 수 있는.. 뭐 그런거야.."

"그래.. 250유로 내."

"나 돈 없다니까.."

"그건 니 사정이야. 우리가 알 바 아니야. 250유로만 내면 돼."

"못 내겠다면?"

"세가지 방법이 있어."

"뭔데?"

"첫째, 그냥 돈을 낸다." (이건 일단 패스.)

"둘째, 돈이 될 만한 것을 대신 낸다." (내가 지금 가진 것 중에 돈이 될만한 거는 카메라와 노트북. 절대 줄 수 없다.)

"셋째, 돈을 못내겠다면 슬로베니아 이전에 있었던 나라로 연행한뒤 그 나라 경찰들한테 넘긴다." (그렇다면 이탈리로 다시 돌아가는건데 그냥 돌아가는것도 아니고 이탈리 경찰들한테 가야된다. 그게 그거잖아. 썅)

"돈 없는데.."

"그래? 그럼 배낭 까."

"왜?"

"돈 될만한거 찾을려고."

 

일단은 배낭을 깠다. 예상대로 카메라와 노트북을 가져갔다. 저걸 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저 안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내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다. 그래.. 어쩔 수 없다.

 

"돈 낼께.."

"뭐?"

"돈 낸다고.."

"돈 없다며?"

"내 돈이 없다는 얘기였어."

"무슨 소리야?"

"내 친구들 돈이야.."

 

내가 지금까지 블로그에 쓰지 않았던 사실이 있다. 1년 넘게 유럽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도움을 받았다. 하나같이 모두 좋은 분들이었다. 그리고 간혹가다가 어떤 분들은 내가 고생한다며 많지는 않지만 힘들때 쓰라며 용돈을 주신 분들이 꽤 있었다. 그렇게 모은돈이 조금 있다. 내가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공짜로 받은 돈. 물론, 중간중간 잠깐 일을 도와드리고 받은 돈도 포함되어 있지만 절반 이상이 그냥 공짜로 받은 돈이다. 쓸 수 없었다. 유럽무전여행한답시고 큰 소리치며 나왔는데 그렇게 쉽게 받은 돈을 쓰기에는 내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받은 돈은 집으로 돌아가기전 모두 기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오고 말았다. 누굴 탓 할 수도 없다. 엄연히 나의 실수다. 좀 더 확실하게 정보를 디깅했었어야 되는데.. 역시 한치앞도 알 수 없는 이거시 인생.

 

"옛다. 250유로."

"그래, 잠깐만 기다려."

 

서류 작성하더니 여권에 도장을 찍어준다. 존나 비싼 도장.

 

"자, 여기있어."

"그래.."

"여행 잘해. 아 그리고 오늘부터 3개월안으로는 쉥겐가입국에 못 들어가는거 알지?"

"그래.. 알아."

"주의해."

"그래.. 걱정하지마. 앞으로 갈 나라들은 쉥겐 가입국 아니니까.."

그렇게 슬로베니아 보더를 지나 크로아티아 보더로 왔다. 설마 여기서도 태클걸지는 않겠지..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아 피곤하다. 지난 영국 입국 거절 당한 이후로 9개월간 존나 순탄하게 여행한다 싶었다 어쩐지. 그래 이런일이 터질때가 됐지.. 너무 오랫동안 순항만 했어.. 그래 그랬어...

뭐 아무튼 크로아티아 입성.

Posted by YONGMA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