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열차가 1시간40분 지연.. 얼씨구나. 지옥의 지옥행이라도 좋으니 빨리 와주렴. 바이칼호수에 같이 갔던 승국 아저씨와 역에서 만난 슬로바키안 토마스 반가웠어요 여행 잘하세요. 이번 지옥행의 내 자리는 전과는 완전 반대인 통로쪽 2층. 24시간 노숙의 후유증으로 자리에 눕자마자 기절했다는..

Day 2.

시베리아 지옥행 열차의 묘미는 역시 멍때림의 미학을 느끼는 것. 내가 이전에 한번 타봐서 암. 


Day 3.

뽀글이 만들어 먹었는데 이렇게 먹는게 신기했는지 아님 젓가락질 하는게 신기했는지 막 다들 쳐다보는데 동물원 원숭이 된 기분이었음.

Day 4.
시베리아 열차를 타면서 눈내리는 광경을 한번도 못보다가 드디어 마지막날에 보게되었다. 역시 시베리아는 눈내리는 시베리아지! 눈 내린 시베리아 벌판을 감상하며
19, 18살 코흘리개들 유숩, 다니야르와 맥주마시고 노가리 까다보니 어느덧 모스크바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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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역에 들어가 모스크바행 표를 알아보니 오늘기차는 다 매진. 하는수없이 내일 제일빨리가는 기차표를 달라고하고 표를 받았는데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4시간후 기차.. 기차표살돈밖에 없어서 숙박도 못하고.. 결국 역에서 노숙.. 저녁은 비스킷을 먹는데 내가 거의 일주일을 빵때기만 먹었더니 정신이 혼미해지고 안되겠다 싶어 챙겨온 고추장을 꺼내 비스킷에 발라 먹었는데 그냥 고추장 맛 납디다. 러시아 경찰들이 내가 불법체류자인줄알고 여권검사하고 추궁하고 무서워효.. 밤이깊어 매트리스깔고 침낭덮고 자려는데 보안들이 오더니 러시아말로 쏼라쏼라. 이러면 안된다고 그러는거 같음. 그래서 다시 다 접고 의자에 앉아서 선잠잤음. 목뿌러지는줄 알았네.. 그리고 춥기는 왜이렇게 춥냐.. 아 시베리아.. 기나긴 밤을 지새우고 심신이 지쳐있는데 귀여운 러시안 꼬마숙녀가 내게 관심을 보여 그나마 활기를 찾았네요. 고마워요 레이디. 지금 여기 이르쿠츠크역에서 태지형의 목소리가 들리는거 같음. 유머스트컴백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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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라탔다! 시베리아 지옥행 열차! 원래 계획은 블라디보스톡에서 논스톱으로 일주일동안 모스크바까지 가는거였는데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러시아에 와서 바이칼호수를 안보고 지나쳐가기에는 뭔가 아닌거같아 이르쿠츠크행을 끊었다.
Day1.
멍청한 매표소 러시안 덕문에 14시간 30분 멍때린 후 새벽기차 타고 기절했는데 누군가 뛰어다니는 소란스러움에 일어나보니 꼬마가 총을 겨누고 있더라. 뭐야 이 꼬마는..


열차는 중간중간 역에서 정차하는데 현지인들이 먹을거리들을 들고 나와서 파는 것이 구경거리, 그리고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피난민간지를 이루는것이 또 구경거리, 열차 바깥풍경이 또 구경거리. 재밌는데요 지옥행열차!


내가 탄 열차칸은 제일 저렴한 6인실 쁠라쯔까르뜨. 좁은공간을 같이 사용할 파트너들은 시니컬 아가씨 카이챠,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맘따뜻한 아저씨 부왓, 그리고 무뚝뚝 할아범 세르게이. 여행자인 나를 모두 관심있어 했는데 내나이를 듣더니 다들 깜짝놀라더라. 내가 완전 20살 어린이인줄 알았다고.. 아 이거 글로벌동안임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음. 카이챠는 22살인데 미안해 나보다 좀 누나인줄 알았어 많이. 세르게이 할아범이 나보고 술, 담배하냐고 물어보셔서 안한다고 그랬더니 그래서 어려보인다고 결론을 탕탕탕 내리셨다. 동안이고 싶으시면 술, 담배 멀리 하시길. 저녁먹을 시간에 내가 먹을거 없다고 하니까 카이챠랑 부왓이 먹을거 나눠주고 막 그랬다. 고마워요 이 은혜 잊지 않을께요 스빠씨바.


Day 2.
부왓 아저씨가 주신 스니커즈 반쪽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며 지옥행 열차에서의 두번째날 시작. 러시안들은 달고, 짜고, 느끼한 유제품을 좋아한다. 벌써부터 텁텁하네 턱주가리. 아 지옥행 시작인가요..


두번째날 열차에 올라타신 우즈베키스탄 카산 아저씨와 친해졌다. 이 아저씨 너무 착하심. 나만한 아들이 있다고 하시던데 그래서 잘해주시고 친한척 하고 그러신듯.

중간에 열차가 멈춰서서 사람들이 다들 어딘가로 달려가는데 따라가 봤더니 역에 있는 매점. 공산품간지 유제품들 엄청 팔림. 아 보기만 해도 턱주가리 텁텁하네..

이제 열차에 완전 적응했다. 멍때리고.. 멍때리고.. 또 멍때리고.. 계속 멍멍멍.. 턱주가리는 계속 텁텁하고.. 제대로 씻지는 못하고.. 자기성찰의 시간도 가지고.. 완전 내스타일인데요 시베리아 지옥행열차! 모스크바까지 논스톱으로 일주일동안 타고 갈 생각을 한 내가 미친놈이었네..


Day 3.
내가 탄 열차칸은 러시안보다는 우즈벡과 키르기스스탄들이 많이 탔는데 이 사람들 엄청 정많고 따뜻하고 재밌고 개구쟁이들이다. 애큰게 어른이라는 말은 이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듯. 완전 친해졌는데 마지막날에 급작스럽게 친해져서 좀 아쉽네요. 러시아 와서 러시안들 불친절함에 열받고 우즈벡, 키르기스스탄들에 감동받는 이 불편한 진실.. 이거시 러시아! 고마워요! 아크람, 아와스, 나드르존, 후르갓, 무라례, 바리존, 자파르존, 샤리프, 페루자, 자몬, 딜숏, 바르홋, 카산.. 잊지 못할거예요! 그리고 카이챠, 부왓, 세르게이도.. 모두 안녕..  스바씨바 발쇼예 비리기쩨쓰! 이르쿠츠크 도착.


Posted by YONGMANI :

러시아땅에 발을 내딛은 첫날은 배에서 만난 최기순 감독님과 같은 숙소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분이 누구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시베리아 호랑이, 표범에 관한 다큐를 찍으시는 유명하신분임. 감독님께서 맥주도 사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다음날 아침일찍 열차표를 사러 역에갔는데 영어표기도 없고 모두다 노스피크잉글리쉬 이래가지고 영어회화도 안되고 내가 뭔가 한참을 어리버리까다가 바디랭귀지와 숫자를 적어가며 겨우 표를 구했네. 아 러시안 썅. 근데 열차 시간표를 보니까 19시30분.. 그럼 새벽2시30분 기차?! 이게 무슨 얘기냐면 러시아의 모든 기차시간은 모스크바 시간을 표준으로 하는데 블라디보스톡은 모스크바와 시차가 7시간 차이 난다. 그러니까 표에나와있는 시간의 7시간 뒤가 기차 출발 시간이라는. 아 내가 분명 19시30분차를 탈 수 있게 12시30분표를 달라고 그랬는데.. 아 러시안 썅. 뭐 아무튼 표 사고 시간을 보니 방을 빼기까지 시간이 좀 있길래 역주변 거리를 돌아다녔다. 낯선 도시에 한눈팔려 돌아다니다보니 시간이 금방가서 숙소에 황급히 갔는데 감독님께서는 내게 쪽지를 남기시고 사라지셨더라. 뭐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헤어지니 시원섭섭하네요.

나도 짐을 챙겨 나왔는데 기차시간까지 남은시간은 14시간30분.. 뭐하면서 시간 때우나 고민하다가 좀전에 돌아다닌곳보다 조금 더 멀리있는곳을 돌아보기로했다. 하지만 무거운 배낭 메고 2시간정도 돌아다니다보니 내 어깨가 쏱될거 같길래 포기하고 그냥 역에서 시간때우기로했음. 아 러시안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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