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캐릭터, 엉뚱하면서도 무덤덤한 유머, 좌우대칭에 대한 집착, 화면 움직임보다 중요시하는 미장센. 이제는 골수 팬들을 끌고 다니는 중견 감독이 된 웨스 앤더슨의 트레이드마크죠 [바틀 로켓]에서부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이어지는. 그가 사랑받는 이유는 종종 패션필름으로 불릴만큼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이야기꾼으로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느낌적인 느낌으로 뚜렷하게 남는다는겁니다. 웨스 앤더슨 월드의 주요 테마는 뭐같은 현실을 벗어나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현실에서 부재한 관계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복원하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앤더슨 특유의 팬시한 이미지와 결합되어 현대판 동화로 보여지는거구요. [바틀 로켓]은 데뷔작인만큼 웨스 앤더슨 월드의 초기 원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 왕국을 마음껏 펼친는, 그러니까 작정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최근의 작품들([문라이즈 킹덤]에서 그런 기미가 보이더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정점을 찍었어요)에 비하면 밋밋하게 느껴지는게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세련미 넘치는 좋은 영화입니다 정말 그때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두개의 영상을 첨부합니다 하나는 예고편이고 다른 하나는 단편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원래 단편으로 제작이 되었는데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 받고 제작비를 지원받아 장편으로 제작이 된 케이스죠.

Posted by YONGMANI :

그림자들의 섬은 한진중공업 민주노조에 관한 다큐영화입니다. 제 생각보다는 작품의 시놉시스와 감독의 연출의도를 적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영화 예고편이 없어 사진으로 대체할께요 2014년 40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보시기 바랍니다.


<시놉시스>

노동자들은 말한다. 자신이 처음 조선소로 흘러 들어왔을 때 품었던 꿈과 첫 월급의 기쁨, 자신이 만들었던 배에 대한 자랑, 노동자라는 자각과 새로운 싸움에 드높았던 기세 그리고 똘똘뭉쳐 하나가 되었던 서로의 마음들까지. 하지만 지금 한진중공업에 예전의 활기는 온데간데없다. 노동자들은 흩어졌고 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함께 싸우던 34살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열사라 이름 짓는 네 번째 죽음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왜 이렇게 흩어지게 되었나. 그보다 왜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까지 먹게 되었나. 그들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한다.

<연출의도>

한진중공업 민주노조는 1980년대 후반 등장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찬란한 투쟁을 이뤄왔다. 그 중심에 김진숙, 박성호 등의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에게 노동조합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할 무엇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증명한 사람들(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등)을 떠나보냈다. 강성하던 노조는 무너지고 복수노조마저 생겨난 2013년 오늘. 80년대에 만든 민주노조를 또다시(형식적이 아닌 내용적으로도 민주노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왜 노동조합은 지켜야 하는지 그들의 삶에서 무엇이었는지 물어보려 한다. 그리하여 노동운동이 쇄락해가는 현재에도 여전히 민주노조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조망하고 노동의 가치, 민주노조의 가치를 함께 이야기 나눠 보려한다.

Posted by YONGMANI :

인기 없는 공연의 무명 여배우가 오늘도 텅 빈 공연장을 박차고 나옵니다. 그녀의 최근 인생은 여러가지로 굉장히 꼬여 있는 듯 해요 꿈자리도 안좋고. 무작정 향한 공원에서 죽치고 앉아 소주와 담배로 홀로 외로움을 달래는데 문득 어떤 남자가 나타나 합석을 합니다. 자신을 형사라고 소개한 그는 꿈은 잘 안꾸지만 해몽에는 일가견이 있다며 그녀가 꾼 어젯밤 꿈에 대해 해석을 해줘요 아 그런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그럴싸한 꿈풀이를 내놓는겁니다 대화가 끝나갈때는 꿈 속에서 본 장면이 데자뷔처럼 현실에서 비슷하게 재현되는 신기한 일까지 일어나요. 이후 영화는 그녀의 꿈과 현실을 번갈아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점점 그 경계를 구분짓는게 애매모호해집니다 현실인거 같은데 과연 진짜 현실인지 꿈은 아닌지 의심스러워 지는거죠 그러니 줄거리를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아요. 영화는 우울한 주제와 소재(꿈이냐 현실이냐의 예술가로서 자존심과 삶의 고단함, 죽음과 질병, 자살, 감금 등등)로 무장되어 있지만 의외로 밝고 유머러스합니다. 누구(홍상수) 조감독 출신 아니랄까봐 롱테이크 기법도 많고 배우들의 대화도 재밌네요.

Posted by YONGMANI :

슬래커 Slacker (1991)

2015. 3. 9. 12:40 from 2015/03

링클레이터 감독의 특기인 시간의 운용과 끊임없는 대사의 활용은(비포~시리즈, 보이후드 등) 그의 초기작인 슬래커에서부터 고수해온 연출방식입니다. 무대는 텍사스주 오스틴, 등장인물은(엄청 많아요) 제목그대로 나태한 세대를 일컫는 젊은이들, 내용은.. 뭐 특별한건 없습니다 시간과 지리적 순서에 따라 등장하는 히피스럽고 괴상한 젊은이들의 일상, 그리고 멋진 혹은 기상천외한 대화가 영화의 전부입니다. 다양한 사건이 단순히 가까운 시간과 공간에 접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연속적 플롯의 성향을 띄지는 않아요 그냥 별개의 에피소드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고 있을 뿐이죠. 영화를 보고있으면 90년대 텍사스주 오스틴에 가서 하루동안 다양한 로컬피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곳의 서브컬쳐를 접하는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링클레이터 감독이 비포~시리즈처럼 이 영화도 시리즈로 만들었으면 해요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90년대의 슬래커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또한 21세기의 슬래커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있나 그리고 그때의 서브컬쳐는 지금 어떻게 변모되었나 궁금하거든요.

Posted by YONGMANI :

위플래쉬 Whiplash (2014)

2015. 3. 3. 15:15 from 2015/02

얼마전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었죠. 역시나 누가 혹은 어떤 작품이 수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좋은 배우들과 작품들이 후보에 올랐고,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그리 큰 이변없이 상들은 각자의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특히 이 많은 후보들 중 예상을 넘어 거의 확신에 가깝게 수상이 점철되는 후보가 있었는데요 남우조연상의 J.K.시몬스입니다. 위플래쉬에서 광기어린 소시오패스 음악교수로 열연해 이미 아카데미 이전에 수많은 영화제와 비평가협회 상을 휩쓸었죠. 위플래쉬는 그 외에도 음향상과 편집상을 수상하면서 아카데미 3관왕을 석권했습니다. 한국에 아직 정식 개봉은 안했지만 저는 지인의 시사회 초대로(고마워요 상철형님!) 지난 1월에 봤는데요 놀라운 감흥과 여운을 동반한 음악영화입니다 하지만 여타의 음악영화처럼 따뜻한 여운은 아니예요. 일단 영화 예고편을 먼저 보시죠.


앞서 말했듯이 J.K.시몬스가 열연한 음악교수는 그야말로 소시오패스 성향이 짙은 사람입니다. 그는 폭언과 폭행, 모욕과 질타를 아끼지 않아요 가르침의 차원을 넘어 인격모독이자 쏘울파괴 폭력의 수준이죠 그러면 상대는 분노로 자신의 재능을 끌어올리고 결국에는 천재가 된다고 믿습니다 그게 그의 교육방식이예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중 자신에게 이런 스승 또는 직장상사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어떨까요 아마 대부분이 반기를 들고 상대하지 않을겁니다 더 나아가서 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을거구요. 하지만 그에 맞서는 자 또한 있겠죠 정말 극소수의, 소위 천재라고 불리우는 또는 천재를 갈망하는 주인공같은 사람 말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름답고 열정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간의 깊은 내면에 위치한 성공과 명성이라는 욕망의 광기를 분노로 표출하는 음악천재들의 대립구도만이 있을뿐이죠 그리고 그 기괴한 대립이 시너지가 되어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는 재즈의 선율을 만들어 냅니다 아름다운 순수한 열정이 아닌 광기와 분노의 전율을.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것처럼 영화내내 긴장감을 놓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드럼이 중심이 되는 재즈 음악은 가히 압권이죠. 곧 개봉하니 시간이 되신다면 꼭 극장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에 첨부하는 영상은 위플래쉬 단편영화입니다 감독은 투자를 받기위해 단편영화를 만들어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했고 계획대로 성공해 지금의 장편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네요.

Posted by YONGMANI :

표정들 Looks (2014)

2015. 3. 2. 21:12 from 2015/02

많은 청춘영화들 특징은 젊음을 옥죄는 상황과 사건들로 치장해 청춘들을 사회에 대한 불만과 자기연민에 빠지게 만든다는 겁니다. 독립영화 표정들도 비슷한 맥락의 청춘영화입니다 자전거 가게에서 일을 하며 막연히 연극배우의 꿈을 꾸는 남자는 여자친구의 갑작스런 임신소식을 듣고 힘들어합니다 집안 사정도 좋지 않아요. 하지만 그 모든것들이 그리 극적으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분명 극적인 상황인데도 최대한 과장없이 담담하게 그리고 있어요 오히려 절제되었다고 느낄때도 있죠. 배우들의 표정에서도 그런 늬앙스를 느낄 수 있는데요 영화 제목과는 역설적으로 무표정 일색입니다 마치 별일없이 아무렇지 않게 산다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무표정 속에서도 분명 어떤 감정이 묻어나오게 마련이잖아요 감독은 아마 그런 정서에 포커스를 맞춘거 같아요 조용하면서도 뭔가 있는 그런거요. 꿈과 현실이라는 주제를 감정적 동요 없이 담백하게 담담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그래서 장편치고는 짧은 러닝타임인 66분이 마냥 짧다고만 느껴지지 않을 정도죠 뭐 솔직히 말해서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는 겁니다. 예고편이나 영화와 관련된 짧은 쿠키영상도 찾아볼 수 없더군요 그래서 사진으로만 대체했습니다. 한국 독립영화 상영현실이 너무나 열악하니 한번 보시라고 말씀드리기 애매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생기신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YONGMANI :

플란다스의 개를 정말 열라 간만에 다시 봤습니다. 그 흔히 떠올려지게되는 만화가 아닌 제목만 같은, 지금은 충무로의 대표감독이 되어버린 봉준호의 장편 데뷔작 말이예요 (뭐 만화를 봤다고 해도 말은 되는군요). 2000년작이고 저도 그때 당시 비디오로 처음 봤었는데요 뭔 영화가 이따구야 이러니 흥행참패를 하지 욕하면서 시니컬한 반응을 내비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럴만도 했었을거 같아요 권선징악 스토리의 슈퍼히어로물과 액션에 빠져있던, 또 한편으로는 에로에 심취해있던 나름 순진한 중3사춘기 20세기소년이 사회적비판, 풍자와 해학으로 점철된 블랙코미디에 대해서 뭘 알았겠어요 그냥 라이징스타 배두나에게 관심이 생겨 비디오를 빌렸던것뿐이죠. 이후 봉준호의 다음작품들이 잇따라 흥행을 하고 대중에 알려지게 되면서 그의 데뷔작인 이 영화의 재조명이 이뤄지게 됩니다. 이런거 보면 우리 인간들의 간사함이란 참 거시기해요 그땐 어디갔다 이제와서 호평일색을.. 뭐 아무튼 저도 21세기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 봤고 또 우연찮게 케이블티비로 몇번 더 봤었죠 그리고 마음속으로 봉준호 감독은 전달받지도 못할 일방적인 변명과 사과를 했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였다 당신의 데뷔작은 정말 훌륭하다 고 말입니다. 영화얘기를 하죠. 개 연쇄살인(?) 스릴러 코미디극입니다. 범인이 누굴까 짱구 굴리며 추리하거나 반전이 있지는 않을까 가슴졸일 필요는 없습니다. 엉뚱한 상상과 날카로운 비판으로 중무장한 사회부조리활극을 웃기게 그리고 슬프게 보시면 됩니다. 귀엽고 풋풋했던 배두나의 모습은 덤이구요. 그나저나 이 영화를 극장 스크린으로 본건 또 처음이네요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되는거지 말입니다.

Posted by YONGMANI :

스칼렛 요한슨이 혼자 봉고차를 운전하면서 스코틀랜드를 여기저기 누비고 다녀요 그러다가 혼자 다니는 남자들을 발견하고 유혹하는데 성공확률 백프로입니다(당연하죠 스칼렛 요한슨이잖아요!) 그리고 그녀를 따라간 그들은 차례차례 사라집니다. 모터바이크를 몰고다니는 정체불명의 남자는 그녀와 한패인듯 뒤를 봐주고 있군요.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가 그녀의 정체(?)를 알려줄 수도 있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고 영화가 끝나요 왜 그러는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러는지 알려주지도 않은채로 말이죠. 언더 더 스킨은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보기에는 조금 난감한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음모를 파헤치는 미스터리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영화내내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고 극도로 미니멀심플 설정 실험적 비주얼과 사운드로 전개가 됩니다. 추상적 감성을 실체화한 일종의 실험영화인 셈이죠. 그렇다는건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 어떤것도 정답이 아닌 애매모호함을 자기식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던지 말이예요. 스칼렛 요한슨의 격정적인 베드씬이 난무하는 므흣한 영화를 기대했다가 욕하며 나오신 다수의 남성팬들은 뭔 개소리냐며 또 욕하시겠지만(그래도 그녀의 전라노출을 볼 수 있잖아요). 마이클 파버의 동명SF소설이 원작이군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Posted by YONGMANI :

Royal Blood - Out Of The Black

2015. 2. 11. 13:21 from 2015/02

Royal Blood - Out Of The Black MV. 이거시 동심파괴. 이봐 어린이들 인형탈 쓴 분들한테 함부로 날라차기 그런거 하지 마라 쏱되는수가 있다.

Posted by YONGMANI :

최근의 음악영화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포근한 유머, 러브스토리가 성공스토리와 어울려 어쨌든 가뿐한 마음으로 극장을 걸어나올 수 있는.. 이를테면 원스, 어거스트러쉬, 비긴어게인 같은.. 아마 이런 생각 많이 하실테죠. 벨기에 영화 브로큰서클은 이와는 조금 다른 우울한 노선을 걷는 음악영화입니다. 뮤지션 남자와 타투이스트 여자가 음악으로 연결되서 사랑에 빠지고 둘 사이에는 귀여운 딸이 생깁니다 그런데 그 어린 딸이 암으로 죽어요.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게 너무나 어렵지만 생의 좁은 궤도에 남겨진 자들은 또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기에 두 사람은 힘겹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 힘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감추는 방식은 서로 너무 다릅니다 남자는 자신만의 원리와 이론을 내세우고 여자는 상징주의와 종교에 빠져들죠. 삶이 원을 그리듯 순탄할때는 그러한 상반된 견해가 서로를 매혹시켰지만, 원이 깨지자 전혀 다른 관점으로 내면에 침체되어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됩니다. 자식을 잃는 압도적인 슬픔으로 인해 나타나는 인간의 이율배반적인 태도 즉, 이중성에 영화는 집중을 해요. 결국 서로를 잃게 되고 더 나아가 스스로의 정체성도 잃게 됩니다. 슬픈 내용이지만 곳곳에 나오는 블루그래스 음악이 참 좋습니다. 노래는 모두 주인공들이 직접 불렀고 영화를 계기로 BCB밴드(브로큰 서클 밴드)를 결성해 공연도 다닌다고 하네요.

Posted by YONGMANI :